2024.02.07

 

¹ 본 항목에서 일부 명칭은 불교의 것과 다르게 해석한다. 이를테면 온갖 삿된 것들을 통틀어 야차라 칭한다. 야차는 악귀의 일종이며 보다 격 높은 야차가 나찰의 이름을 가진다.

 

² 본문 중 각 항목끼리 혹은 세션 중의 이야기와 부딪히는 내용은 조정 필요.

 

 

"여부 있겠습니까."

 

 

赦差羅 사차나

제1사립퇴마고 2학년 B급 퇴마사

 

 

재생

 

영매

 

 사역마는 마야摩耶라 부른다. 검푸른 몸통에 금박으로 장식된 연화좌대를 메운 작은 연못에 핀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흰 연꽃무리. 위로는 속이 까만 검푸른 고리가 뜨고 그 안에서부터 금색 발이 내려온 형태. 맑은 종소리가 들려온다. 사차나의 공포에서 비롯된 형태는 따로 있으나 그것을 불러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많이 들어 본체가 없는 상태로 불러온다.


 무구로 환두대도 두 자루를 사용. 검자루의 고리 장식에는 술이 달려 있다. 연꽃이 바로 새겨진 백색을 금연저錦蓮詛, 뒤집어 새겨진 흑색을 천연허淺蓮虛라 부른다. 보조로 부적을 쓰긴 한다.


 영력 인다라망因陀羅網. 대상을 포박하고 결계에 가두는 술법이다.

 그러나 인다라망의 진가는 환각에 있다. 마야가 모습을 드러낼 적 인다라망은 완전한 힘을 가진다.

 

 

공개 설정

 

 음기가 가득 들어찬 인상. 짙은 다크서클. 온몸을 짓누르는 피로. 새어 나오는 음울함. 숨길 뜻 없는 폭력성. 예민한 성정. 경계심. 적의. 악의. 과연 누가 인간이고 귀신인지 모를 노릇.


 혀와 입 안이 검다. 영기에 내성이 적어 점차 검게 물들었다. 오른손에는 검은 장갑을, 목 아래로는 온몸을 가리고 있다. 흉이 많이 진 탓이다. 얼굴 왼편에는 옅은 화상과 길고 큰 자상이. 왼쪽 팔은 떨어져 나갔고 다리는 저는데 왼쪽이 조금 더 심하다. 앞서 상급 작전에 무리하게 투입되며 전체적으로 신체 왼쪽에 큰 부상을 당했다. 길어도 1년 내외의 일. 착각해서 몸이 멀쩡한 듯 굴 적도 잦다.

 

 몸 곳곳에 무구를 지니고 있다. 목걸이와 팔찌 등 역시도 일종의 무구들. 대충 영력 및 신체 강화부터 보호구 등 자잘하지만 없는 것보다 나은 정도. 약하기 때문에 물건에 의존해야 한다.

 다나까체를 사용하되 타인은 대체로 이름으로 칭한다. 다른 호칭을 요구받으면 응하는 편이긴 하다. 영매로서 능력이 떨어져 입학이 다소 늦었다. 학교를 정상적으로 나와본 적 없다. 식탐이 강하다. 특히 육식 위주. 그러나 쉽게 얹히거나 체해 심기가 불편할 적이 잦아 배급을 권장하지 않는다.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 암만 문자를 보낸들 확인하지 않고 통화만큼은 몇 차례 거듭하면 늦더라도 받는다. 전반적으로 기계와 같은 현대 문물에 약하다.

 취미도 흥미도 뭣도 없다. 싸움을 최고의 낙으로 여기고 수면을 즐기는 듯싶기는 하다. 몸을 아끼지 않는다. 피로는 삶의 벗이요 온갖 흉터나 각혈, 자잘하게 피 보는 일 정도야 일상이다. 그렇게 싸움질을 해대고도 B급이라니. 하물며 사역마 역시 결코 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음에도 그릇이 작아 제 힘을 발하지 못한다고 본다. 안타깝고도 한심할 따름이다.

 

 

비공개 설정

 

 입 안뿐만 아닌 신체 많은 부분이 검게 물들었다. 먹물이 든 듯한 모양새로 신체가 썩는 반응의 일부. 신체 왼편이 약점이라 보아야 옳다. 다른 부위보다 감각이 둔해서 보다 위기에 노출되는 경향을 보인다. 부상 이후로 매일같이 악몽에 시달린다. 매일이 피곤하고 피로한 건 아마 태생적으로 약한 기질과 수면 부족의 영향.


 식탐은 육체를 보존하는 데 열량이 많이 드는 탓. 더불어 오래 굶주린 이유도 있겠다. 소화를 못 하는 건 그릇과 내용물의 호환이 좋지 못해서. 안에 든 것이 인간이 아니기 때문. 현대의 문물에 아직도 익숙지 않다. 사용이나 생활에 큰 문제는 없는 듯 보이나 정신이 온통 난잡해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실수도 한다. 워낙 뻔뻔해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별난 놈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사차나

 

 영매 집안 사赦 가문. 영안靈眼을 갖고 영력 없이 태어나 영매짓을 못하는 것. 삿된 것들에 시달리다 단명할 팔자. 참으로 불쌍하고 한심하고 딱한 것…. 그러니 사가문은 사차나를 흉보지 않았다. 아끼고 보듬지도 않았다. 잠시 사가의 이름을 달고 살다가 가버릴 것으로 여겼다. 미움을 사든 예쁨을 받든. 그저 뭐라도 되고 싶었을지 모른다.

 

 눈에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 척할 방도를 몰랐다. 무덤을 파헤쳐 인간 시체를 뜯어먹는 모습을, 행인을 넘어뜨리고 머리를 깨뜨리는 놀이를, 썩어 문드러진 것들을 제 입 안에 욱여넣는 장난을 견디지 못했다. 삿된 것들의 장난질에 때로 현실과 환각 사이에 뒤엉켜야 했다. 줄을 타듯 위태로운 무력과 혼란과 혼돈의 삶이었다. 온갖 삿된 것들. 그렇게 야차는 사차나의 공포가 되었다.

 

 열여섯에 뒤늦은 무병을 앓고 난 후에야 영력을 쌓을 수 있었다. 수행의 과정에서 때로 공포를 이겨내는 희망을 보았으나 때마다 야차는 사차나의 모가지를 비틀길 원했다. 노골적인 위협이었다. 암흑이었다.

 

 열아홉에 퇴마사가 되며 사차나는 야차와 계약을 맺는다. 너는 날 때부터 우리와 살았다. 한평생 우리에게 곁을 내어주고 손길을 떨치지 못한 주제에 희망을 갖는 꼴이라니 우습기 짝이 없지. 너의 삶은 우리의 것이기도 하다. 너는 결코 우리와 멀어질 수 없다. 이제 우리를 벗이라 여겨도 좋지 않나. 허튼 맘 접고 잔을 들어라. 축제를 시작하자! 붉은 머리털의 야차가 입을 찢으며 웃었다. 검은 손이 술잔을 내밀었다.

 

 아, 참으로 교만한 것이여…. 사차나는 생각했다. 평생을 지켜봤기에 눈앞의 야차가 강하지 못함을 알았다. 너희 귀신들이 끝까지 나를 비웃고 조롱하는구나. 입술을 짓이기며 사차나는 검을 뽑았다.

 

 그렇게 사차나의 사역마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야차 찌꺼기에 불과했으나.

 

 

나찰과 사차나

 

 하루는, 연꽃 무리의 흑골이 사차나를 본다. 작고 가엾은 것. 너는 결코 야차의 공포를 떨칠 수 없구나. 공양을 올리거라. 나로 하여금 야차가 두렵지 않게 되리. 내가 너를 거두리라. 너는 무수한 새들의 노랫소리며 아름다운 음악소리와 함께 다시 태어나리. 금실의 백의를 두르고 누각에 올라 구름 위를 거닐지니 비로소 자유와 안식 얻으라….

 

 사차나는 그것을 보았다. 그 모든 바를 이해할 수 없었으나, 그저 이끌리듯, 자신을 공양키로 한다.

 깨지기 쉬운 그릇이되 격을 숨기기 수월한 약한 영매 사차나.

 그의 속을 파고 들어 빙의 중인 귀신. 사차나의 현 사역마. 나찰.

 

 사차나와 나찰은 퇴마사와 사역마로서 제대로 계약을 이룬다. 고로 앞서 야차와의 계약은 나찰로 덮어씌워졌다. 사차나의 눈앞에 나찰은 연꽃에 뒤덮인 흑골의 형상으로 모습을 비췄다. 사차나가 깊게 생각하기도 전에 나찰과의 계약이 성립되고 이후로 나찰에 대한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사차나가 사역마를 꺼내는 매 순간마다 나찰은 인다라망으로 사차나를 조종했다. ¹사차나가 약해 전투에 적합하지 않으며 ²봉인하려는 귀신 일부를 조금씩 흡수하기 위함이다. 나찰의 힘을 키워가는 동시에 사차나를 그릇으로서 귀에 적응시키는 순서였다.

 

 나찰이 현현하지 않은 현재 상태의 『마야』가 사역마로서 나찰을 부릴 수 있는 그릇 사차나의 한계. 『나찰』의 현현은 A급에서도 우수한 수준의 그릇 혹은 S급쯤 되어야 안정될 것으로 여긴다. 청흑색 몸, 촉루관을 한 붉은 머리털, 세 개의 감은 눈, 두 쌍의 네 팔. 오른손에는 검과 금월부를, 왼손에는 견삭과 삼고저를 들고 반가부좌를 한 모습. 고리의 문이 열리고 연화대좌 위로 내려앉는다. 북소리가 들려온다. 나찰이 완전 현현하면 푸른 눈을 뜬다. 이는 실상 『도리천』의 재림으로 보아야 옳다.

 

 사차나의 의식은 작년 가을 정도까지 남아있었다. 처음에는 사차나가 주도권을 쥐었지만 점차 귀기에 물들며 육신의 주인이 바뀌어갔다. 현재 사차나의 의식은 거의 잠들어 소멸을 앞두고 있다. 평소의 사차나와 같은 행동들은 내면에 남은 심상의 찌꺼기들을 물방울 터트리듯, 명령을 내리면 역할을 수행하듯, 줄 달린 인형을 움직이듯이 인다라망을 응용해 사차나를 흉내 내는 행위일 뿐이다. 육체 또한 마찬가지로 나찰이 사용한 지 한참이 지나 독기를 버티지 못하고 썩어가는 중이다. 나찰의 부활과 관계없이 사차나는 얼마 못 가 완전히 썩어 문드러지며 육신은 흔적도 남지 않고 영혼은 갈피를 잃을 예정이다. 약조하지 않았더냐. 너의 혼은 내 친히 갈무리해 우리의 도리천으로 보내줄 것이니, 너는 아무런 걱정할 것 없다.

 

 

나찰

 

 신이 노하고 귀鬼와 재災가 범람하던 시대의 왕조 출신. 생전 하늘에 자신을 공양하고 신적인 존재로서 모셔진 인물 중 하나. 몰아치는 종말로부터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무리하게 격格을 소모하다 신력을 잃는다. 끝내 천신의 이름을 버리고 야차의 격을 통해 귀를 붙들었으나, 너무 오랜 기간 삿된 것으로서 싸우며 점차 한계에 달한다.

  죽은지만도 어언 천년은 족히 지났다. 자신이 누구인지 너무 많은 것을 잊었다. 혼돈 속에서 엉겁을 보내 더는 혼돈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혼란과 고독 속을 부유한다. 남은 이성은 육신을 되찾는 일뿐. 나아가 융합을 이루는 것. 아아. 현세는 너무도 찬란하니 눈부시고, 참으로 산만하며 아름답고, 혼란하고…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픈 기분이다. 삿된 것들로부터 우리의 도리천忉利天에 보존하기 위해.

 악귀ㅡ야차로서 불려 온 이름은 나찰羅刹.

 

 현재 전생과 천신으로서의 기억이 전혀 없고 나찰의 자아만이 남아있다. 본인을 정말 나찰로만 기억하고 도리천을 나찰과 야차들이 천신에게서 되찾은 귀들의 낙원으로만 인식한다. 현재 나찰의 도리천에 들어있는 것은 고대적의 잔해로 아직 천신으로서 붙들어 놓은 귀와 재들. 그것들을 현재에 꺼냄으로 도리천의 내부를 비우고 현 세상의 파릇한 것들을 삼키려는 욕망이 있다.

 

 

추가 설정 (TMI)

 

형태

 

 

¹ 사차나 본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나찰에 육신을 공양해 자아를 잃었다.

² 사차나의 육신에 나찰의 자아가 드러난 상태. 마야의 발이 그를 감싼다.

³ 사차나의 육신을 찢고 나온 나찰의 분신. 눈을 똑바로 뜨고 나를 바로 보거라.

 

 

 

Picrew 2151243 |海ひつじ屋め~か~🐑

사차나 · 사나한 · 나찰의 대략적인 외형 차이

 

 

이하 관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

 

 일상 루틴은 다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7시 기상. 낮 식사 / 8시 등교부터 하교 후 귀가 전까지 퇴마 활동 / 21시 귀가. 밤 식사 및 정리 후 취침. 수면시간은 기본 22시부터 7시까지. 여유가 있으면 증가하고 가능하면 낮잠에 든다. 어디서든 자고자 하면 잠들 수 있고 한번 수면에 들면 깊게 취한 듯 잘 깨지 못한다.

 

 손으로 숫자를 셀 때 엄지부터 소지까지 차례로 편 다음 다시 엄지부터 소지까지 차례로 접는다. 소지가 약지를 따라 접히지 않는다.

 

 앉거나 누울 때 오른발을 까딱이거나 흔드는 경우는 때로 있지만 왼쪽은 얌전하다. 본래 왼쪽 팔과 함께 다리도 떨어져야 했으나 사가에서 의족을 해주진 않을 듯한 관계로.

 

 좋아하는 음료는 달짝지근하고 약간 따뜻한 우유.

 주류를 접해본 적 없으며 하더라도 즐기지 않는다. 취해서 통제를 잃는 감각이 불쾌하다. 그러나 사나한은 적당히 음주를 즐기는 편.

 

 사복은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 가정 하에 서술하자면 복식은 대체로 백색을 띈다. 일자로 떨어지는 가벼운 면바지나 장치마를 선호하고 스키니처럼 딱 달라붙거나 청바지 등의 무거운 류를 비선호. 또한 매번 흰 겉옷을 입는다. 팔 한쪽을 잃고부터는 오른팔은 넣고 왼쪽은 걸친 상태에서 앞을 가볍게 닫는 정도가 보통이다.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까마귀 기질이 있어 반짝이거나 화려한 것에 관심을 보인다. 귀걸이는 보기보다 무겁지 않다. 이를테면 당연하지만 날뛰어도 귀가 찢기지 않을 정도의 무게. 무구 중 가장 무거운 건 오히려 목걸이의 염주 쪽으로 항상 뻐근하다.

 

 

이하 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

 

 유연성, 민첩성, 반사신경이 뛰어나고 근력, 지구력, 폐활량이 떨어진다. 기습과 선공 및 패턴이 정해지지 않고 감에 의존하는 전투 방식을 선호. 순수한 힘의 대결로 기울거나 상황을 오래 끌수록 불리함을 안다.

 

 본인의 생년월일시 중 무엇 하나 정확하게 모른다. 그것만큼은 사실일 수도, 그저 서류상의 것일 수도.

 

 목소리를 보다 부드럽고 따뜻하게 낼 수 있지만 목을 쓸 줄 모르기에 항상 날 서고 냉정하고 인위적인 소리가 난다. 되려 나찰의 쪽이 강압적이거나 정신이 나간 감은 있되 목소리 자체는 상냥하게 여겨진다. 사나한이 가장 이상적으로 부드럽고 따뜻하고 상냥한 소리를 낸다.


 배운 바 없어 어휘가 부족하고 어설픈 게 말에서 드러난다. 생각은 많아 보여도 다양한 방향으로 머리 굴릴 줄 모른다. 느낄 줄 아는 기분이 적고 표현하는 감정이 정해져 있다. 여러모로 삶에 필요한 행위들을 습득하지 못한 티가 난다.

 

 누구든 한 번 보고 말 사람처럼 대한다. 인물에 대한 정보를 특별히 기억하지 않는다. 같은 사람을 여러 번 만나는 걸 힘들어하고 꺼린다.


 사람이 많거나 탁 트인 장소를 어려워한다. 상황에 따라 공황이 올 수 있다. 등하굣길은 주로 골목을 이용하며 퇴마 시에도 가급적 골목이나 좁은 장소를 선호하나 주변 피해가 크고 자리도 마땅치 않느라 대개 인다라망의 결계로 영역을 가둔다. 학교 정도는 비교적 폐쇄적인 느낌이고 벗어날 수 없는 장소니만큼 받아들였다.

 

 

이하 드러내지 않거나 자각하지 못하는 정보

 

 열여섯까지는 흰 옷만을 암묵적으로 강요받으며 입어왔다. 열여섯이 된 시점서부터는 항시 흰 옷을 걸친다. 일종의 수의와도 같다.

 

 인지 못 한 우울과 만성 정서불안. 학습된 무기력. 집안에서 본인을 곧 죽을 것 내지 이미 죽은 것으로 여김을 잘 안다. 자신은 말하고 움직이는 장식물. 그마저도 창고 깊은 곳에 처박아놓고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수준의. 스스로도 송장같이 여기고 제 미래를 그리지 않는다. 다음 수를 고려하지 않는다. 앞으로가 없으니 언제나 일회성 소모품처럼 자신을 다룰 수 있다. 뭐라도 되고 싶던 시절은 이미 지났고 산다는 행위에 의미를 갖지 않는다. 쌓아 올린다. 존속한다. 사차나와는 거리가 먼 말이다. 이미 너무도 먼 곳의 것이다.

 

 생의 끝이 바로 다음 순간에 닥쳐올 수 있는 것이라 정해두니 새로운 걸 접하고 배우거나 익히려는 의지가 없다. 자신과 관계 없다 선을 그어 놓는다. 이를테면 생각 또한 그렇다. 본래 자질구레한 생각이 많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게 없으니 의식적으로 머리 굴리기를 그만둔다. 죽을 것에게는 생각 역시 아무 소용없다고 여겨져서, 괜한 불안감이 차오르니까. 아주 먼 과거에서부터의 일이다.

 

 본래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치 말수가 적었으나 나찰과 접한 이후를 기점으로 대화가 가능한 만큼 언어 능력이 발달했다. 단순히 어휘가 늘어난 정도가 아닌 두루뭉술 어렴풋하던 생각을 비유보다도 정제되어 다듬어진 말로서 표현이 가능해진 수준. 이를테면 싫은 것을 손으로 내치는 대신 싫다 말하고, 의문에 대해 속이 막히는 게 아닌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타인에게 쓸모없다 여겨진다는 사실을 느끼는 걸 무엇보다 두려워한다. 입학 초 아주 잠시, 사가의 이름을 가졌기에 받아야 했던 작은 기대와 호기심들이 그러하다. 노골적인 실망이 되어 돌아왔을 때 발밑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서있는 게 그토록 버거울 줄이야.

 

 귀신을 싫어하기보다 두려워하는 쪽이라 말해야 옳다. 그러나 공포에 먹힘이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걸 알기에 차라리 감정을 혐오로 바꾸고 있다.

 

 귀문이 열려있어 귀가 계속 몸을 들락날락하고 씌기도 쉽다. 귀신이 몸을 오가다 자리를 잡으면 그대로 씌어 버리는 것. 완성되지 않은, 귀도 인간도 아닌 것이라 그렇다.

 

 

이하 사가문의 혹은 사가문이 가진 정보

 

 사가의 대표색은 금색. 흑색보다는 백색을 지향한다.

 전통을 따르는 게 좋다고 생각은 하지만 어린 세대에 강요할 정도는 아니다. 어른들은 눈치껏 맞추는 편.

 

 사가는 순수하게 사가의 전통과 명맥을 잇고, 영매를 배출하고, 영적으로 피해 보는 이를 돕기 위해 뜻을 다한다. 다시 말해 욕심이 없어 재산을 축적하기 어렵고 이는 세력 싸움에서 자연히 밀려남을 의미한다. 때문에 전통과 역사가 긴데 비해 세력이 작다. 맥이 끊길 뻔하다가 간신히 이어지고 다시 끊어질 뻔하다가 겨우내 이어지기를 반복할 정도로 쇠약한지라, 여타 영매 집단에서는 겨우 숨이나 쉬고 언제 죽을지 모를 것들이라 말하기도 한다. 다른 파벌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친분이 이어지기도 어려울 지경.

 사 나화. 무당. 퇴마 특화. 채도 낮은 갈색 머리에 붉고 노란빛 띄는 녹색 눈.

 서문 헌. 무당. 점술 특화. 채도 낮은 밀색 머리에 금빛 띄는 청색 눈.

 두 사람의 이름을 합치면 헌화. 곧 사차나를 의미한다.

 

 헌과 나화는 첫 아이가 평범하게 태어난다면 연이라는 이름을 주려고 했다. 사나연. 아무 쓸모 없게 되었으나 본래의 이름은 그러했다. 두 사람은 그것이 살아있는 동안 새 아이를 보지 않기로 했다.

 

 사차나는 피지 못할 꽃. 열매를 맺지 못할 것. 출생이 등록되지 않은 무적자. 성 없이 전체가 이름. 사씨 성의 차나가 아닌 무성의 사차나가 옳다.

 

 사차나는 제 부모가 누군지 모른다. 아무렴 그저 사가문의 사람이겠거니. 아니, 자신은 사가문의 사람이 아니니 부모가 없는 게 당연하다. 그저 쓰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에 불과하기에…. 사가문 누구의 얼굴도 모른다. 목소리도 구분할 수 없다. 우연히 헌과 나화를 마주친들 알아보지 못하고 오직 둘만이 사차나를 애틋하게 여기리라.

 

 사차나의 명을 점친 건 아비 서문 헌. 사차나가 태어나기도 전, 태몽이 너무도 지독했던 날의 일이었다. 사가에서는 곧 태어날 것에게 사씨 성을 주지 않기로 정했다. 필히 이용당하고 사라지기 위해 세상에 나오는, 인간의 형태를 갖추되 귀를 안고 사람의 존재가 될 수 없는 것을 신경 쓸 여력이, 그것이 본분을 다하지 못하도록 손 쓸 방도가 사가에는 없다. 그릇이 깨지면 언제든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도록 세상과 연을 이어주지 않음이 버려질 것에 보일 수 있는 사가 최대한의 정성이자 배려였다.

 

 사가문은 사차나가 세상에 정 붙이지 못하듯 세상 역시 사차나에 정붙이지 않도록 관리해 왔다. 예를 들어 그가 갓난아이일 적 보모는 보름 사이에 바뀌었다. 그가 사람을 구분할 수 있을 적에는 시중 보는 이마다 얼굴을 가리고 입을 다물었다. 어설프게나마 자신을 돌볼 수 있게 된 무렵부터 사람을 마주하는 시간이 줄었고, 외로움에 울지 않게 되자 거의 모든 시간을 홀로 보내게 되었다. 학교를 위해 사가문에서 나온 현시점에서 또한 그가 집을 비우면 짧은 기간 새 바뀌는 누군가가 그의 일상을 돌보고 홀연히 사라진다. 오늘 그를 다듬고자 찾아온 이를 맞이하기 위해 눈을 가렸다.

 

 

사차나와 사나한

 

 사차나가 무병을 앓은 나이, 사나한이 신으로 받들어진 나이 열여섯.

 사차나가 나찰에 공양된 해, 사나한이 나찰이 된 해 그로부터 삼 년 후.

 사차나가 사망한 해, 나찰이 잠든 해 그로부터 일 년 후.

 

 따지자면 사나한과 사차나는 동일 인물. 사나한이 정상적으로 생을 끝내면 언젠가의 다음 생에서 사차나 - 사나연으로 태어나야 했다.

 

 인간 사나한은 삼국시대 즈음의 인물로 신라 혹은 가야 왕조 출신. 역사에 기록되지 않고 암암리에 영력을 쓰던 영매 집단에 속한다. 사가문 또한 이에 뿌리를 둔다. 사나한의 모든 운명과 인연은 과거에 묶여 있으나 사나한과 연이 있던 이들은 모두 현세로 떠나왔다. 그러니 사차나는 현세에서 운명도 인연도 얻을 수 없이 바람에 휩쓸려야 족하다.

 

 사나한의 신격은 호법신 석제환인다라에, 나찰의 신격은 아수라에 가깝게 볼 수 있다. 그들이 뒤섞인 게 마야로서 도리천 자체라 보아야 비로소 옳다.

 

 

기타 메모

 

 어떤 방식으로든 생존한 IF의 경우 아무렴 보다 인간에서 멀어진다. 외관적 변화로는 녹색 눈에 푸른색이 섞인다. 피부가 검은 것은 그대로. 감각이 전보다 예민해진다.  수시로 눈이 따갑고 자잘한 소음마저 거슬려 하더니 어느 날부터는 돌연 벌레가 피부를 기거나 뜯는 느낌을 받는다. (부적과 영력으로 억누를 수 있으나 스스로는 살갗을 파헤치는 걸 택한다.) 전보다 불안정한 상태로 누군가 작동을 멈춰 줄 때까지 쉬지 못하고 살아간다. 알코올이나 약물이 들어가 정신이 몽롱해지고 자신을 잃을 때에 차라리 깊이 잠들 수 있다.

 

 인생기로는 크게 집안에 감금되었는지 외출이 가능했는지, 방치되었는지 교육을 받았는지에 따라 갈린다.

 

 ㄱ. 집안에 감금하고 방치되는 경우 원본

 자아가 없다. 성향에 선악이 없어 구분 불가능.

 세상을 알지 못하고 자신을 다듬지 않는다. 잘 다듬어진 인형에 불과하다.

 나찰에 공양됨을 인지하지 못한다. 끝내 몸을 빼앗기고 사망한다. 세상에 미련을 갖지 못한다.

 

 ㄴ. 외출이 가능하되 방치되는 경우

 세상의 온갖 더러운 부분을 학습한다. 순수악한 성향을 띤다.

 바닥을 기고 더럽고 추한 짓마저 서슴지 않는다. 내내 우울하고 뒤틀려있다.

 나찰에게 공양되고 지배되어 악행을 저지르며 죽어간다. 세상에 희미한 미련을 보인다.

 

 ㄷ. 집안에 감금하되 교육받는 경우

 귀신에게 깊은 정을 느낀다. 선악의 구분이 없거나 어긋난다.

 인간이며 인간이지 않은 것. 참으로 고요하고 생각을 읽을 방도 없다.

 나찰에 스스로 공양해 몸을 공유하고 공존하며 죽어간다. 세상에 아무런 미련도 없다.

 

 ㄹ. 외출이 가능하고 교육받는 경우

 사가의 보호 하에 원하는 바를 이루며 자란다. 의무적으로 선하고자 노력한다.

 활발하고 당차나 그 모든 것이 악에 받쳐 있다. 제 어두운 면을 수치스레 여긴다.

 나찰에 공양되는 게 억울하다. 발버둥친 끝에 나찰을 붙들고 사망한다. 세상에 짙은 미련을 품는다.

 

 대략적인 참고 이미지(모티프)를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사차나. 모정, 킨구, 와타누키

 사나한. 선락태자, 엘키두, 심청추(원)

 나찰. 폭군 제석천, 심청추(구)